로고

석남사
로그인 회원가입
  • 지대방
  • 산중한담
  • 지대방

    산중한담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의 수행풍경~~ 글쓴이 : 일중 등록일 : 2011.03.01 <10:09>

    페이지 정보

    본문

    월간 불교와 문화  (2003년)
    <지금 인도에서는 이렇게 수행한다> 연재시리즈 - (1)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의 수행풍경
     

    1. 인도 불교도의 현주소, 보드가야의 현주소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역사속의 가장 위대한 인물들 100선에 인도인은 4명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붓다(Buddha) 아쇼카(Asoka) 간디(Gandhi) 마더 테레사(Mather Teresa)이다. 그럼 이 네 명의 역사적인 실제 인물들 중에서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과 흠모를 받는 인물을 한명 꼽으라면 과연 누구를 지명할 수 있을까? 아마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바로 붓다, 그 분을 들 것이다. 아니 세계의 인물 100선 중에서도 한명을 꼽으라면 붓다가 첫째 손가락에 들지 싶은 것은 단지 필자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불멸 2550여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참 지혜는 시간과 비례함이 없이 언제나 젊다’는 말을 100% 신뢰하며, 필자는 붓다의 향기 법의 향기를 흠향하기 위해서 매년 겨울마다 보드가야를 간다. 보드가야는 그 옛날 마가다국의 왕사성 근교 우루벨라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동인도 비하르 주의 가야 근교이다. 북인도의 대 평원을 가르며 델리를 떠난 밤 기차는 동쪽으로 15시간을 달려서 가야 역에 도착했고, 우연히 동행하게 된 스리랑카 스님과 인도불교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다. 
      인도 불교도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인도 전체 인구의 1%로도 되지 않는 기존의 전통적인 불교도들이고, 둘째는 현대에 불가촉천민들이 새로 개종한 신(new) 불교도들이다. 전통적인 불교도들은 방글라데시나 미얀마 인접지방의 남방 상좌부계 불교도들과 히말라야 산간지방의 티베트계 불교도들이다. 그리고 신 불교도들은 암베드카 박사의 후예들로서 인도사회의 최하층구조를 이루는 불가촉천민들이 카스트 신분의 억압과 불평등을 탈피하기 위해서 한꺼번에 몇 십만 명씩 대량 개종을 해서 형성되어진 불교도들이다. 이들은 외형상 불교도로 개종했다 할지라도 사실 실제적인 삶의 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불교도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는 불교문화나 불교전통, 수행 신행풍토가 이미 기존 사회에서 단절된 상태이고, 거기다가 수십만 명의 불가촉천민들을 새롭게 가르치고 이끌어갈 불교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여전히 기존의 삶의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다. 이것이 인도 신 불교도들이 당면해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며, 그들의 리얼한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도의 성지, 보드가야는 세계 각처에서 찾아오는 외국인 순례자들로 대만원 대 성시를 이룬다. 수백 수천, 아니 수십만 불제자들이 모여 제각기 다양하지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기도분위기 수행풍경을 아름답게 연출한다. 그래서 보드가야는 매년 겨울마다 생생하게 살아나는 깨달음의 성지, 불자들의 땅이 되곤 한다. 인도의 연중기후 중에서 겨울이 가장 쾌적한 여행시즌이며, 대승불교에서 중요시하는 성도제일이 끼어있고, 또한 연말연시를 기해 각국의 대규모 행사들과 수행코스들이 이때 집중적으로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 필자는 ‘보드가야로 몰려오는 세계의 선남선녀들이 과연 어떻게 수행 실천하며 순례하는가’에 대해서 가볍게 스케치하듯 그 수행풍경을 그려보고자 한다. 먼저 마하보디 대탑이 오늘에 있기까지 그 존립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2. 보드가야 마하보디 대탑의 역사

      티베트에서 아시아 각국에서, 그리고 유럽과 구미에서 찾아오는 성지 순례자들과 여행자들은 보리수 아래 금강좌와 마하보디 대탑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행사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2550여 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장소에서 부처님이 위없는 깨달음을 이루셨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부처님은 무슨 내용을 깨달으신 것일까? 팔리어 율장 대품에 의하면, 그것은 바로 연기법이다. 연기법이란 세상의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들에 의해서 형성되어지고 그 원인과 조건이 사라지면 현상도 사라진다는 원리이다. 그러니까 인간 고(苦)의 형성과정과 소멸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고, 열반과 해탈, 깨달음의 세계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법칙이다. 이 연기법은 또한 4성제 8정도 3법인과 직접간접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불교의 길을 쉽게 표현하자면 正道 中道 聖道이며 그리고 解脫道 淸淨道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의 이러한 깨달음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리에는 52미터 높이의 사각 피라밋형 대탑이 세워져 있다. 석조와 벽돌로 만들어진 이 대탑은 과연 어느 시기에 누가 조성을 했는가? 기원전 3세기 아쇼카왕이 세웠다고는 하나 역사적 사실여부는 알 수가 없고, 이 대탑의 존립에 대한 분명한 근거 자료는 서기 629년 이곳을 방문했던 당나라 현장법사의 기록이다. 이 자세한 기록으로 봐서 보드가야 대탑의 건립연대를 대략 6-7세기로 추정하며, 그래서 이 대탑은 대략 1,300여년이 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러다가 12세기부터 16세기까지 무슬림의 침략으로 많이 파괴되고, 16세기 후반부터 사원은 힌두교의 손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사실 현재 인도의 불교 성지들은 인도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외국인 불자들에 의해서 수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천년 전에도 이 보드가야 사원은 인도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접국인 스리랑카 불교도나 미얀마 왕, 불교도들에 의해서 보수 유지되고 또한 복구되어왔다. 오늘날 세계의 불자들이 성지에 자유롭게 참배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미얀마와 스리랑카 불자들의 신심어린 수고와 피땀이 진하게 베어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기록에 의하면 1084년-1112년에 미얀마 파간의 왕이 사원을 복구했고, 1167년, 1298년, 1305-1306년에도 미얀마 왕들에 의해 보수작업이 이루어졌다. 1810년에는 만달레이의 왕이, 1880-1884년에는 영국 식민정부가 보수작업을 했다. 그러다 1885년 에드윈 아놀드 경이 보드가야를 방문했을 때, 사원은 힌두교도인 마한타가 차지하고 있었다. 아놀드 경은 이곳이 힌두사원이 아닌 불교사원이며 불교도들에 의해서 보수 유지되어야함을 언론에 보도했다.
      스리랑카의 아나가리카 담마팔라가 이 사실을 접하고 1891년 보드가야를 방문했다. 거기서 그는 불교성지를 반드시 불교인들의 손으로 반환시켜야 한다는 큰 서원을 세우고 마하보디협회를 창설했으며, 국제 불교회의를 개최하여 이 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여론을 일으켰다. 1893년에는 미국 시카코의 국제 종교회의에 불교대표로 참석하며 보드가야 사원을 되찾기 위해 국내는 물론 국외의 후원을 받으면서 다방면으로 혼신의 노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위험과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마침내 1953년 힌두교인 마한타의 손으로부터 마하보디 대탑이 ‘보드가야 사원 운영위원회’의 손으로 넘어오기까지 장장 60여년이 걸렸다. 운영위원회 구성원은 힌두교인이 절반 불교인이 절반이라서, 아직도 이 문제는 종종 이슈가 되고 있다. 1956년 2500년 붓다 자얀티 기념행사가 보드가야 사원에서 치러졌고, 그 전후로 인도에서는 불교학의 부흥과 불교의 부흥운동도 함께 일어나게 되었으나 현재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3.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의 다양한 수행풍경

      보드가야 대탑 안을 가득 메운 수많은 불자들을 바라볼 때마다 ‘그야말로 멀티 부디스트(multi-Buddhist)에 멀티 엑티비티(multi-activity)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같은 불교도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인종도 너무나 다양하고 각각의 수행풍경도 너무나 다양하다. 수행이란 용어는 좁게는 참선이나 위빠사나같은 좌선 위주의 마음 수행만을 지칭하지만, 넓게는 기도나 독경, 주력, 오체투지 절, 향화와 등불공양, 승가대중에게 공양하는 상가다나 등등... 모든 불교 의식과 신행활동도 다 포함시킬 수 있다.
      성지 보드가야를 생기 있고 활기차게 만드는 대규모의 행사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티베트 스님들에 의해서이다. 이번 겨울에도 달라이라마의 깔라차크라 법회가 10일간 진행되었는데, 참석한 대중이 대략 30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매년 겨울마다 티베트 각 주요종파는 신년 기도법회를 한다. 필자가 보드가야에 머물 당시 닝마파 스님들 1,000여명이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기도법회를 마쳤고, 종조의 기일을 맞아 3일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금강좌를 마주하고 줄지어 앉은 수백명 스님들의 기도풍경은 언제 봐도 좋다. 옆에서는 또 다른 종파의 티베트 스님들 150여명이 의식을 하고 있었고, 480여개가 된다는 사원 내의 작은 탑들 사이사이에는 오체투지로 절을 하는 스님들과 불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동유럽에서 왔다는 서양 아가씨와 네팔에서 왔다는 티베트계 스님에게 왜 절을 하는가에 대해서 질문을 했더니, 절은 네 가지 기본 수행 중에서 첫 번째 수행이라고 했다. 대략 40일-50일 걸려서 10만 번의 오체투지 절을 하게 되면, 그 다음 수행으로 바즈라사뜨바 만트라가 있고, 부처님께 공양하는 만달라 수행, 그리고 축복을 위한 구루요가 수행을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티베트 스님들의 대규모 행사 외에도 소그룹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수많은 순례자들이 와서 각기 나름대로의 행사나 수행을 한다. 대탑으로 들어오게 되면 제일 먼저 도달하는 곳이 대탑 안에 마련된 법당인데, 여기서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탑돌이를 하거나 금강좌 주변에 앉아서 예불을 올린다. 그리고 고요히 좌선하거나 기도를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2층 선실에서 아침저녁으로 수행을 하곤 했는데, 올해는 보수작업 관계로 퍠쇄되어 있었다. 보름 전날과 보름날에는 평소보다 좀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여러 행사가 여기저기 다양하게 진행된다. 60-70여명의 인도 스님들도 나름의 행사를 하고, 태국에서 온 듯한 몇 그룹도 염불에 이어 수행을 하고 있었다. 일본의 일련종 불자들이 ‘남묘호렝게교’를 독송하며 기도하고, 스리랑카 신도들은 보리수에게 공양하고 예배하는 보디뿌자를 하고 있었다. 3보 1배로 탑돌이를 하거나 탑 주변을 돌면서 주력하는 티베트 불자들, 또는 조용히 행선을 하거나 경을 읽는 사람들 등등... 그리고 저녁이면 몇 백, 몇 만개의 기름등잔과 촛불이 밝혀지기도 한다.
      필자가 스리랑카 절에 머무는 동안, 매일 점심때마다 남방 스님들에게 상가다나가 있었다. 태국의 한 여성이 이끄는 800명-900여명의 불자들도 스리랑카 사원에서 머물렀는데, 그들은 마당과 공터에 텐트를 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그룹은 3주에 걸쳐 8대 성지를 순례했다는데, 쉬라바스티에서 꾸시나가르까지 280킬로가 넘는 길을 8일간 세계평화를 기원하며 걷는 수행을 했다고 한다. 이들은 500여명의 티베트 스님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학용품과 생필품을 보시했다. 그리고 한국스님이 운영하는 수자타 아카데미는 불가촉천민들을 위해 교육 복지사업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 각국의  불자들은 제각기 다 자기들 나름대로의 고유한 방식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하며 법의 길, 깨달음의 길을 동시대에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4. 보드가야의 수행센터들

      보드가야는 점점 사원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마하 보디 대탑을 중심으로 스리랑카 미얀마 티베트 중국 대만 태국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베트남 일본 절 등, 아시아 각국의 사원들과 연구소, 수행 문화센터들이 약 30여개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 들어설 전망이다. 대부분의 사원들이 자국의 불교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전파한다기보다는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이 보드가야에는 수행센터라고 이름 붙은 곳이 세 군데가 있으나 그곳들도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수행센터가 아닐지라도 몇몇 사원이나 연구소는 필요할 때마다 수행자들을 위해 수행코스나 수련회를 개최한다. 지난 11월과 12월에는 영국의 상가락시타가 이끄는 서양불자들이 와서 스리랑카 절에 머물며 수련회를 하고 갔다고 한다. 그리고 미얀마와 태국에서 위빠사나 수행을 했었던 크리스토퍼 티트무스도 매년 겨울마다 빠짐없이 보드가야에 와서 수행코스를 개최한다.   
      마하보디 대탑의 뒤편에는 세계 불교수행센터(World Buddhist Meditation Center)가 있다. 아나빠나사띠를 기초로 한 위빠사나 수행법을 가르치는데, 주로 12월과 1월에만 수행자들을 받게 되며, 수행지도는 태국 스님이 한다.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뒤편의 넓은 마당에는 나무 아래 각각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잘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미얀마의 마하시 사야도 밑에서 수행하셨다는 방글라데시 스님이 만든 국제 수행 센터(Internatioal Meditation Center)가 있다. 1970년 설립했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최초의 위빠사나 수행센터라고 한다. 마하시 전통의 수행 방법대로 배의 일어남 사라짐이 기본 수행대상이지만, 대념처경을 의지하여 사념처 전반에 관한 수행을 가르친다. 그리고 인도인 고엔카지가 가르치는 위빠사나 수행센터 담마보디(Dhammabodhi)는 대탑으로부터 약 5-6킬로 떨어진 한적한 벌판에 위치해 있다. 필자가 방문하는 날 때마침 10일 코스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오후에 센터를 갔다. 그런데 코스를 담당하기로 했던 보조 선생님이 갑자기 사고로 올 수 없게 되었다며, 사무실 측에서는 이리저리 바쁘게 선생님을 구하고 있었다. 코스의 진행여부를 기다리고 있던 40여명은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었는데, 겨울철엔 주로 외국인들이 오고 그 외의 계절에는 인도인들이 온다고 한다. 
      4대 8대 불교성지 중에서 보드가야가 가장 중시되는 것은 불교가 지혜와 깨달음을 중시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순례자들과 여행자들도 겨울만 되면 이곳에 와서 맑고도 투명하게 각성된 의식으로 부처님의 지혜와 깨달음을 되새기며 제각기 수행을 하고 간다. 부디 모든 불자들이 연기의 법칙을 깨달아서 ‘무명이 없음으로.... 생사우비고뇌가 다 없는” 그런 대해탈의 경지를 이루시길... 그래서 모두 다 부처님의 가문에 태어나시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