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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한담

    인도속의 작은 티벳, 다람살라를 찾아서 ~~ 글쓴이 : 일중 등록일 : 2011.03.0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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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월간 불교와 문화 (2003년)
    <지금인도에서는 이렇게 수행한다> 연재시리즈 - (2)
     
    인도 속의 작은 티벳, 다람살라를 찾아서

    1. 티벳의 망명정부가 있는 곳, 다람살라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중생들은 크게 업생과 원생이 있다. 업생(業生)이란 까르마(業)의 힘 때문에 태어나는 것이고, 원생(願生)이란 중생들을 돕겠다는 보리심의 원력으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티벳 불교가 남방 상좌부 불교나 중국권의 대승 불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보살이 원력으로 자꾸자꾸 환생한다는 달라이 라마(Dalai Rama) 제도나 린포체(Rinpoche) 같은 화신 개념과 우리에게는 생소한 밀교 딴뜨라 수행법이다. 현재 이런 티벳 불교의 수행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중국의 공산권 점령 하에 있는 티벳 본토라기보다는 아마도 티벳 인들이 대거 망명하여 살고 있는 인도 땅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재 티벳의 망명정부와 14대 달라이라마가 계시는 곳은 인도 북서쪽 히마찰프라데시 주의 다람살라이다. 

     다람살라는 히말라야 설산들이 환하게 올려다 보이는 해발 1,500미터의 산간지방이다. 중국의 무력침략으로 인해 티벳의 통치자이자 승왕인 달라이라마는 1959년 인도로 망명했고, 이곳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난민들과 함께 정착했다. 그러니까 다람살라는 수십만  티벳 난민들의 행정적인 수도이자 정신적, 문화적인 수도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각 기관들과 도서관, 학교, 연구소, 50여 개의 사원들이 위쪽(upper) 다람살라의 산기슭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망명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의 다람살라는 지나간 역사의 아픈 흔적들이 다 잊혀진 듯 보이지만, 아직도 달라이라마를 찾아서 자유를 찾아서 그 험준한 티벳 고원을 넘는 난민들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난민들의 희노애락이 숨쉬고 있는 다람살라는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들으러 티벳 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 불자들도 끊임없이 방문하는 곳이며, 일반 배낭 여행객들에게도 자유롭고 편안한 휴식처로 각광받는 곳이다.

     이번 호를 위해서 필자는 다람살라와 그 주변의 수행처들을 방문했다. 사실 티벳 불교에 대해 문외한이기도 하고 지면의 한계와 글의 성격상 내용을 자세히 다룰 수 없음을 미리 밝힌다. 단지 한국의 불자들에게 티벳 불교의 수행법은 대략 무엇이며, 수행처들은 어디에 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2. 티벳 불교의 수행전통과 수행법

     티벳 불교는 한마디로 인도 나란다 대학(5-12세기)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불교이다. 다시 말하면 인도의 대승 후기불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소승 부파불교와 중관, 유식, 인명론에다 당시 성행했었던 딴뜨라(밀교) 수행까지 가미된 것이 바로 티벳 불교라는 말이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아래 종파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1-12세기라고 하는데, 주요 종파는 닝마파, 까규파, 사캬파 그리고 겔룩파이다. 각 종파들의 가르침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특정한 수행법을 선호한다든지, 수행에서 얻은 체험을 해석하는 차이에 따라 종파간의 강조하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티벳 불교의 수행법이나 수행차제를 분류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수행전통, 혹은 수행차제는 ‘람림(Ramrim)’에서 찾아볼 수 있다. 람(Ram)은 道(path)라는 뜻이고 림(rim)은 단계(stage)라는 의미로, ‘깨달음으로 가는 단계적 수행법’ 이란 말이다. 수행자의 근기에 따라 수행법도 다르게 제시되는데, 초급(혹은 下士道) 중급(中士道) 상급(上士道)의 삼 단계로 나눈다. 초급의 수행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계나 천상계에 태어나기 위해 수행하는 사람이고, 중급의 수행자는 계정혜 삼학의 수행을 통해 업과 무명에서 해탈하고자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상급의 수행자는 대자비심과 보리심을 일으켜 모든 중생의 고통을 소멸하기 위해서 일체지의 깨달음을 얻고자 육바라밀과 딴뜨라 2단계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이상의 3 단계 ‘람림’ 수행법은 10세기 아띠샤 스님으로부터 시작해서 14세기 겔룩파의 창시자인 쫑까빠 스님이 주석서 “보리도차제론”에서 완성시킨 수행체계로서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을 다 담고 있다고 한다. 하급과 중급의 수행은 상급 수행을 위한 준비단계일 뿐이므로, 람림을 구성하는 실질적 수행은 바로 딴뜨라 수행이다. 
     
     본격적인 딴뜨라 수행을 하기 전에 종파와 상관없이 티벳의 모든 불자들이 공통적으로 실천하는 네 가지 예비수행인 4가행(四加行)이 있다. 사가행이란 첫째, 불보살님께 귀의 예배하는 오체투지 절로서 몸으로 지은 과거의 악업을 참회하고 정화하는 수행법이다. 두 번째는 금강살타 백자진언으로 입과 마음으로 지은 업을 정화하는 수행이다. 세 번째는 불보살님께 공양하는 만달라 수행으로 수행 길에 복덕자량을 쌓는 방편수행이다. 네 번째는 나를 비우고 스승의 본성과 자신의 마음을 계합하는 구루 요가 수행이다. 이 네 가지는 각각 관상을 하면서 10만 번씩 마쳐야 한다. 이런 수행을 통해서 수행자의 악업이 정화되고 나면, 깨달음에 대한 확고한 열망이 생기고, 스승에 대한 신심과 헌신을 내서 딴뜨라 수행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티벳에는 이런 말이 있다. “혼자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이 이 생에 성취할 수 있을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스승에 대한 온전한 헌신을 내는 사람은 금생에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또 “스승을 부처로 대하면 부처의 축복을 얻고, 스승을 인간으로 대하면 인간의 축복을 얻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티벳 불교는 스승의 역할과 스승에 대한 제자의 절대적 헌신을 매우 강조하는 전통이 있다. 그래서 구루요가 수행은 또한 티벳 불교의 진수라고도 한다. 
     
     딴뜨라 수행을 분류하는데도 여러 방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관상단계(생기차제)와 완성단계(원만차제)로 나누는 2단계 수행이다. 관상단계는 상상력을 이용해서 부처님과 자신이 합일되는 것을 관상하는 초기 단계이고, 관상이 끝나면 부처님이나 신의 모습조차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공성을 자각한다. 공성과 자비를 체득하지 못하고는 결코 붓다의 경지를 성취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완성단계는 우리 몸 안의 생명 에너지를 이용하는 고도의 수행법이다. 겔룩파와 사꺄파는 교학의 연구에 좀더 중점을 두는 전통이 있고, 닝마파와 까규파는 족첸 수행이나 마하무드라, 혹은 나로 육법 같은 딴뜨라 수행에 중점을 두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그럼 닝마파의 족첸 수행은 무엇이며, 까규파의 나로 육법은 무엇인가?
     
     족첸 수행은 참선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는데, 생기차제의 관상법을 생략하고 원만차제의 수행법으로 실재의 본성, 법성을 직접 자각할 것을 강조하는 최상승의 돈오적 인 수행법이라고 한다. 나로 육법(Six dharmas of Naropa)은 인도의 성취자 띨로빠(Tilopa) 밑에서 12년간 수행한 제자 나로빠가 체계적으로 정리한 수행법으로, 까규파의 중심 수행법이다. 이 수행법은 첫째, 몸속에 내재된 신비한 열을 일으켜서 몸을 정화하고 각 기맥과 차크라를 열어 절대적 경지로 들어가는 뚬모 수행, 둘째는 뚬모 수행의 성취로 인해 미세한 기로 환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환신 수행, 셋째는 꿈을 수행의 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꿈 수행, 넷째는 중음 속에서 무명의 어둠을 밝히는 바르도 수행, 다섯째는 의식의 천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포와 수행, 그리고 마지막 여섯째는 자성광명을 인지하는 마하무드라(大手印) 수행이다. 이런 수행 외에도 딴뜨라 수행법들이 더 있지만 여기선 언급을 생략하기로 한다. 
       
    3. 다람살라 주변의 수행센터들

     그럼 과연 위에서 언급했었던 수행법들이 현재도 스승들에 의해서 제자들에게 생생하게 전승되고 있는가? 다람살라와 그 주변의 교육기관과 수행처들을 방문하여 알아 본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남걀 수도원(Namgyal Monastery)은 역대 달라이라마들의 사원이다. 다람살라에 있는 이 사원은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이후 1961년 설립되었다. 전체 승가 대중이 약 200여명인데, 겔룩파의 본산이자 학승들이 승가대학(강원)이기도 하다. 13년 내지 16년간의 전통 암기 교육부터 시작하여 중관과 유식철학, 남님 수행, 딴뜨라 문헌들과 수행에 대해 두루 공부한다. 때에 따라 대규모의 대중에게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을 전하고 달라이라마가 사람들을 접견하는 장소로서 다람살라의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이 사원과는 별개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티벳 불교를 영어로 가르치는 정부 기관인 도서관(Liberary)이 있다. 중요한 택스트들을 가르치는 불교철학 코스와 티벳어를 가르치는 어학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티벳 불교를 그 안에서 공부하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적절한 곳이다.
     
     투시타 수행센터(Tushita Meditation Center)는 겔룩파 소속의 라마 조파(Rama Zopa) 린포체가 1972년 설립했다. 세계 27개국에 140여 지부 센터가 있다고 하며, 이곳은 6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행실과 방사,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매달마다 한번 내지 두 번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을 동시에 지도하는 10일간의 개론 코스(Introductory Course)가 있는데, 대략 40-60여명이 참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15일간의 늉네(Nyung Nay) 단식 수행, 7일간의 그린 따라(Green Tara) 수행, 금강살타에 대한 관상과 만뜨라 염송으로 자신을 정화하는 3개월간의 와지라사뜨바(Vajirasattva) 수행 같은 집중결제 코스도 계절별로 개설되고 있다.
     
     무문관 수행을 하는 까규파의 세랍 링(Sherab Ring)은 다람살라에서 버스로 4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1975년 설립한 이 사원은 까규파의 따이 시투파 린포체 사원으로 대중이 400여명이다. 강원, 염불원, 비구 비구니 무문관 선원이 각각 있고, 여러 부대시설을 갖춘 총림 규모이다. 까규파의 선방체계는 무문관 제도이다. 비구 무문관은 1988년 만들어졌는데, 결제기간은 3년 3개월 3일로서 결제가 시작되면 선원의 대문이 폐쇄된다. 다만 수행을 지도하시는 스님과 공양주만 출입한다. 현재 13명의 비구 스님들이 결제 중으로 영국 비구 스님도 한명 있다. 비구니 무문관은 1983년에 개설되어 인도에서는 최초의 비구니 무문관이다. 15개의 방사와 법당, 요가실을 갖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4가행을 마치고 본존 관정을 거친 뒤, 나로 육법을 중심으로 수행한다. 비구 무문관은 테링 걀첸 라마가, 비구니 무문관은 듀푼라 라마가 지도한다.
     
     무문관 수행을 하는 까규파의 따시 종(Tashi Jong)은 다람살라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다. 히말라야 설산이 멀리 보이는데, 캄바카 사원을 중심으로 비구 비구니 대중 150여명, 일반 티벳인 400여명이 함께 산다. 세랍 링과 마찬가지로 까규파의 작은 총림과도 같은데 강원, 염불원, 무문관, 기타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타시종 무문관에는 11명의 스님이 결제에 들었는데, 2명은 방안에서만 수행하고 있으며, 수행지도는 독텐 암틴 스님, 센톡 스님, 도종 린포체가 지도한다. 이 무문관도 까규파 소속이므로 구루 요가와 더불어 중심 수행법은 나로 육법이다. 그러나 수행자에 따라서 스승이 적절한 수행법을 주기 때문에 모든 수행자가 일률적으로 동일한 수행법을 닦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비구니 수행도량과 국제 무문관인 동규 가챨 링(Dongyu Gatsal Ring)은 타시종 근처에 있는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현재는 불사 중이다. 불사를 추진하는 사람은 영국 비구니 텐진 팔모(Tenzin Palmo) 스님인데, 설산이 바라보이는 7에이커의 땅에 달라이라마와 여러 스승들의 후원을 받으며 시작했다. 티베트와 히말라야 지역에서 출가한 사미니들을 위한 교육 수행도량과 세계의 비구니와 여성들을 위한 무문관 선원을 건립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비구니 전통이 사라진 티벳에 비구니계맥을 부활시키고, 독텐마(togdenma)라고 하는 여성요기 수행전통도 부활시키고자 한다. 현재 25명의 사미니 스님들이 수년간 히말라야에서 동굴 수행을 했던 텐진 스님의 후원 아래 타시종의 임시 거처에서 교학과 수행을 겸하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센터인 담마 시카라(Vipassana Meditation Center Dhamma Sikkara)는 1993년 10일 코스를 처음 개설한 고엔카 수행센터의 히마찰 분원이다. 해발 2,000미터의 산꼭대기 전나무 숲 속에 위치해 있으며, 남녀 수행자 85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수행실과 방사를 갖추고 있다. 한달에 두 번(매월 1-12일까지, 15-26일까지) 정기적인 10일 코스가 개설되며, 1년에 두세 번 사띠빳타나 코스가 있다. 수행법은 호흡을 관찰하는 아나빠나사띠와 감각을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으로 구성되었다.   

     이상과 같이 다람살라 주변에 있는 수행처들을 살펴보았다. 현재 한국 불교계에는 위빠사나 수행이 급속히 전파되는데 비해서, 티벳 불교 수행은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빠른 시일 내에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이루어지고, 더불어서 티벳 불교의 튼튼한 교학체계와 수행체계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검은 소, 흰 소, 누런 소들이 털의 색깔은 다 다를지라도 우유의 색깔은 한결같이 다 흰색이듯이, 상좌부, 대승의 선종, 티벳 불교의 수행법이 서로 다 다를지라도, 깨달음의 세계에는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달라이라마는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수행법의 차이를 논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수행하려는 우리들의 절절한 발심과 노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