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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일기

    [교무스님] 엄마의 사랑[2000. 10. 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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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도에서 엄마가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데리고, 석남사를 왔다.
    몇 달전에 딸을 출가시켜 스님을 만들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던 인연으로 나를 찾아왔다.
    딸이 스님으로 살아 가기를 바래서 오신채와 비린내 누린내 나는 음식도 먹이지 않는다고 해서
    '산중에서 살려면 건강해야 한다고, 신체의 발달과정이 빠른 어린아이에게는 골고루 영양 많은 음식을 먹이라’했던 기억이났다.
    어머니께 왜 딸이 스님이 되기를 바라느냐고 하니까?
    세상이 재미가 없고, 가치도 없고...등등 힘겨운  세상사를 말씀하신다.
    딸도 세상이 재미없다고 하드냐?고 물으니, 아이는 즐겁게 산다고 하신다.

    그 엄마의 얘기를 듣는데 자꾸만 가슴이 답답함을 느낀다. 
    ‘아이가 하고 싶은데로 놓아두라고, 절집에 인연이 있으면 말려도 오는 것이고,
    부모의 소원이라고 스님으로 사는 것은 아니라고, 부모의 업과 자식앞에 펼쳐질 인생이 다른 것이고,
    자식은 마음대로 되어지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혈을 받고 몸을 빌어 나지만  내 뜻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숨겨진 자질을 개발하고 도와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지,
    싹을 자르고 부모의 의지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누누이 말하고서야 돌아갔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집착을 종종 보게 된다. 
    어려서 절에 오는 아이들은 전생의 원력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현실로 보기에 세상의 잣대로 보기에는 부모연이 박하다고  안쓰러워 하지만, 그냥 절에 오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절에서 자랐다고 모두 다 스님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 도반스님은 어려서 8명이 절에서 자랐는데,오직 혼자만이 스님이 되었다. 
    그 도반스님을 보고있으면 전생에도 스님이었지 싶은 생각이 들곤한다.

    거제도에서 온 여자아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그어떤 것도 될 수있다.
    되고 싶은 것이 될 수도, 능력과 재능 있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스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절에 있기를 아이가 택하지않았다.
    어린 간난아이라도 스스로 택할줄안다

    - 절에 살 원력을 세운 사람이라면
      엄마의 참다운 사랑과 자기본위의 사랑에 대해 여운이 한참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