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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일기

    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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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이야기


      설 맞이를 하기 위한 풍경은 세속도 그렇겠지만 절집안도 마찬가지로 분주하다.
    무엇보다 소임자스님들이 가장 고심하는 것은 설강정 만들기이다.
    소임자스님은 미리 강정할꺼리(쌀틔우기 .하얀깨`까만깨개피내기. 땅콩 갈라 눈따기)등으로 준비하고 ,원주스님은 조청만들고 섞어할 엿을 사면
    준비완료되어 대중스님들이 강정운력을 한다.
    이번 설은 포대화상 뺨치고  칠칠한 금당선원스님 한분이 강정도감을 맡아 든든하게 잘해주었다.

      대중스님들이 많아서 만두 만드는 운력도 이틀이나 걸려 해야 했다.
    절집만두 자료(표고버섯 양배추 당근 김치 배추 냉이 우엉 땅콩등)는 뻔하지만 얼마나 간을 잘 맞추느나가 관건 인데
    만두를 빚는 도중 일찍 쪄진 만두를 돌렸는데 맛이 일품이였다.

     도량대청소를 하고 섣달(납월) 그믐날이 되면  대중스님들이 큰방에 모여 천배 참회기도를 한다.
    한 해동안 살아 오면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고 새로운 수행의 기틀을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여러 날 걸친 운력에 지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렁차게 참회문을 낭독하며 절을 올렸다.

     나이 앞에 장사 없다더니 40이 넘은 스님들은 어느새 무릎관절이 온 스님들은 천천이 무상을 뼈져리게 느끼며 절을 하였다.
    마지막 천배가 끝나고 신심에 겨운 목소리로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을 다 같이 낭독하고, 개인적으론  "달라이 라마의 기도문" 외우며 회향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괴로움이 없어지고

                              괴로움의 원인도 없어지게 하소서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이 생겨나고

                              즐거움의 원인도 생겨나게 하소서

                              모든 사람들에게 큰 기쁨이 생겨나고

                              좋은 일에 함께 기뻐하게 하소서

                              모든 사람들이 차별심이 없어지고

                              욕심과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옴 아랴 바자 나디...



      드디어 설날새벽 대중스님들이 대웅전에 모여 통알 아뢰고
    각단부처님께 세배올리고 탑돌이 하고 큰방에 모여 먼저 어른스님들께 세배드리면 한푼씩 준비해오신 세배돈을 받는다.
    그리고 나머지 스님들은 서로 맞절을 하고 법랍과 세납을 헤아려 빳빳한 천원짜리 지페 한두장씩을 정으로 주고 받는다.
    그 쏠쏠한 재미에 다들 행복해 한다.
    절집에 살아 온 세월이 많아질수록 받는 돈보다 주는 돈이 많지만 그래도 언제나 주는 미음은 넉넉하다.

     무엇보다 설날의 하이라이트는 저녁에 벌어지는 윷놀이다.
    올해는 식당불사관계로 대중이 50명뿐이라서 어른스님들과 선방스님들이 한 팀하고 학인 스님들과 주지스님외 소임자스님들이 한팀해서 두팀이 기싸움을 하게 되었다. 
    상품에는 그림 네점이 걸렸다.
    이긴팀에서 먼저 고를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그리고 벌칙은 이긴팀에서 기분좋게 노래공양을 하고 진팀에서 화답가를 하는걸로 한후.
    어른스님들께서 먼저 잘하라고 패를 던져주시자  함성과 함께 대격돌에 들어갔다.

      결국 소임자스님들이 설준비에 지쳤는지 5대 2로 지고 말았고  병법스님 특유의 위트있는 입담으로 노래자랑이 흥겹게 벌어졌다.
    대중의 인생 막내 스님의 그 어설픈 몸짓의 뮤지컬은 두고 두고 추억에 남을 것이다.

      그렇게 무자년 첫날이 지나가고 매일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우리네 수행은 석남사를 휘감고 사시사철 흐르는 가지산 계곡물처럼, 수많은 장애물을 지나 결국 대해에 이를 물과 같은 지혜로움으로 다듬어 지기를 두손 모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