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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림방장스님 하안거 결제법어 ~~글쓴이 : 석남사 등록일 : 2006.05.16 <12:47>

    페이지 정보

    본문

    “이번엔 아름다운 소식을 이루기 바랍니다” 
     
    해인사 등 전국 5대 총림선원을 비롯한 전국 100여개 선원의 대중들은 지난 12일 하안거 결제법회를 갖고 일제히 석달 동안의 정진에 들어갔다.
    해인총림 방장인 법전 종정예하(1면)와 함께 각 총림 방장스님들도 이날 법어를 발표했다.
     
    머리에 붙은 불 끄듯 간절하고 철저하게

    오직 일대사를 위해 시방에서 오신 수행납자들이여.
    각자 큰 뜻을 가슴에 품고 모였으니 이제부터 한바탕 호쾌하게 지어가 봅시다.
    내일은 내가 해결해야 합니다. 그 누구 있어 나를 대신하겠습니까.
    “호인은 수염이 붉다고 하더라.
    오늘 수염붉은 호인을 내가 보았다.”
     
    이 한마디를 잘 살펴 주세요.
    예나 지금이나 공부법은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그저 정진, 정진으로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다른 방편 없습니다.
    제가 모신 효봉 노스님은 참 우직하게 공부하신 분입니다.
     
    그 분 스스로도 나는 미련하게 그저 밀고 나가는 법 밖에 모르니 너희들은 좀 슬기롭게 공부를 지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나 나중 겪어보고 나니 그 분의 공부법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편이었다는 걸 알게 되더군요.
    중국 황룡선사 회상에 어느 날 낯선 이가 와서 도청을 하다가 들켰답니다.
    알고보니 그 이는 당대 도교의 종장인 여동비였어요.
     
    황룡스님이 그이더러 묻기를
    “당신은 몇 만세를 사는 도인이라고 하는데 천지가 생기기 전에 당신은 어디에 있었소?” 하니
    여동비가 그만 말문을 막혀 대답을 못했어요.
     
    황룡스님이 이어,
    “물이 다하고 땅이 다하니 황룡이 출현했도다”
    하고 이르자,
    그 언하에 여동비가 알아차리고 조복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같은 기상과 지혜를 갖추었으면 한 판 멋지게 해치울 수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오직 간절하고 철저하게 파고들어 한판 멋지게 해치웁시다.
    산승은 미력을 다해 시봉을 할테니 출격 대장부들이여, 이번 철에 아름다운 소식을 이루기 바랍니다.
     
    [불교신문 2228호/ 5월17일자]
     
    ‘돈오’가 우선이니 ‘참마음’을 지켜야
     
    若欲修行
    先須頓悟
    守本眞心
    迷心修道
    但助無明
    病盡藥除
    還是本人
    만약 수행을 하고자 할진댄
    모름지기 돈오가 우선이니
    본래 참마음을 지켜야 한다
    미혹되게 마음을 닦는 것은
    단지 무명을 따를 뿐이다
    병과 약이 다할 때에 이르러
    이를 참사람이라 한다.
     
    백장선사(百丈禪師) 밑에 신찬선사(神贊禪師)라는 제자가 있었다. 계현(戒賢) 강백 상좌이다.
    신찬선사가 스승인 계현스님이 참선은 하지 않고 문자에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백장선사를 찾아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그의 스승인 계현스님의 등을 밀면서 대화한 내용이다.
     
    好好法堂
    佛無靈嚴
    佛無靈嚴
    時時放光
    어허, 좋고 좋은 법당이로구나
    그런데 법당은 좋지만 부처님이 영험하지 못하구나
    부처가 영험은 없으나
    방광은 하는구나.
     
    벌이 방으로 들어와서 열려있는 문으로 나가지 않고 봉창만 두드리는 광경을 보고 신찬선사가 읊었다.
    空門不肯出
    投窓也大痴
    百年鑽古紙
    何日出頭日
    열린 문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봉창을 두드리니 참으로 어리석다
    백년동안 경책을 들여다본들
    어느 날에나 나갈 수 있겠는가.
     
    이 게송을 계현스님이 듣고 산중의 모든 대중을 모아 놓고 계현법사는 상좌에게 절을 하고 법문을 청하였습니다. 그러자 신찬스님은 서슴치 않고 상당하여 설법하였다.
     
    靈光獨露
    逈脫根塵
    體露眞常
    不拘文字
    眞性無染
    本自圓成
    但離妄緣
    卽如如佛
    신령한 광명이 홀로 드러나서
    육근육진의 모든 분별을 벗어났네.
    그 자체가 항상 참됨을 드러내어
    언어문자에 걸리지 않는다.
    진성은 더럽혀지지 않고
    본래부터 원만히 성취되어 있네.
    다만 허망한 인연만 떨쳐 버려라.
    곧 그대가 부처이니라.
     
    그리고서 주장자를 굴리자, 계현법사는 크게 발심하여 다시 절을 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
    “내 이렇게 늙어서 상좌에게 극치법문을 들을 줄 기대나 했겠는가? 모두 부처님의 은혜이로구나.”
     
    [불교신문 2228호/ 5월17일자]
     
    분별심 벗어나면 법을 볼 수가 있어

    눈앞에는 차별된 어떤 법도 없으니, 형상과 마음이 있고 없음의 차별심을 가지고 보면, 어디에 있어도 눈앞의 법을 보지 못하느니라.
     
    眼裏高山峰連連
    流水不洗我長恨
    忽然春來故槁木
    花綻紅枝省此身
    눈앞에 높은 산봉우리 첩첩하고
    흐르는 물은 나의 긴 한을 씻지 못하네.
    홀연히 옛 마른나무에 봄이 오니
    분홍 가지에 꽃망울 터질 때 이 몸을 발견했네.
    한 납자(納子)가 만공노사를 찾아뵙고 여쭙기를 “불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니, 노사께서 이르시기를 “다 못 네 눈앞에 있느니라” 하셨다.
     
    납자는 다시 “눈앞에 있다면 저에게는 어찌 보이지 않습니까?” 하고 여쭈니, 노사께서는 “너에게는 너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느니라” 하시니, 납자는 여쭙기를 “스님께서는 보셨습니까?” 하니, 노사께서는 “너만 있어도 안 보이는데 나까지 있다면 더욱 보지 못하느니라” 하셨다.
     
    납자가 다시 여쭙기를 “나도 없고, 스님도 없으면 볼 수 있겠습니까?” 하니, 노사께서는 “나도 없고 너도 없는데 보려고 하는 자가 누구냐?” 하셨느니라.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대중들은 이 때를 당하여 무어라 말하겠는가?
     
    양구(良久) 하신 후,
    눈앞에 법이 없고 뜻이 눈앞에 있으니, 눈앞의 법이 아니기에 귀와 눈이 미칠 바가 아니니라.
    다만, 모든 것은 자신에 의해 가리워졌을뿐 분별심에서 벗어나면 어디에서나 눈앞에 법을 볼 수 있느니라.
     
    대중들이여! 눈앞에서 드러난 일을 단번에 알아 차려야 하느니라. 만일 알았다면 한 겨울에 눈과 서리 어찌 두렵겠는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평생 동안 행각(行脚)했던 안목이 어디에 있는가? 천길 벼랑 끝에 선 납자는 모름지기 진일보하여 정진하도록 하라.
     
    須知一氣無私力
    能令枯木更抽枝
    한 가닥 사심 없는 힘이
    마른 나무 다시 돋아 싹트게 하니라.

    [불교신문 2228호/ 5월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