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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爲가 있는 곳 - 석남사" -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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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爲가 있는 곳 - 석남사" - 박정희(수필가)- 울산매일 2006.
     
    사찰이 주는 메시지는 뭘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가지게 된다. 좋은 인연이 있는가 하면 맺지 않아야 할 악연도 있다. 일상을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 혼자 고고히 살아갈 수도 없는 처지이고 보면 많은 사람들과 교유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러한 인연들을 문득 끊고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어디를 봐도 빼곡히 쌓인 물건, 쉼 없이 흘러 들어오는 차량, 밀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가위에 눌린 듯한 답답함이 밀려 올 때면 산사를 찾는다. 한 주일에 하루는 쉬어야 몸이 제 기능을 할 것 같다. 산사는 종교가 주는 메시지 이전에 답답한 가슴을 치료해준다. 무언으로 상흔을 치유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었을까. 주말이면 석남사에 간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속계가 멀어지고 같은 새소리도 염불 소리로 들리는 공간이다. 딱따구리는 절간 생활 수년에 목탁 치는 법을 배웠나. 끊어지고 이어지는 소리가 목탁의 음절과 꼭 같이 떨어진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딱따구리 소리를 듣다니, 괜히 기분이 밝아진다. 유머로 떠도는 딱따구리 시리즈를 한 문인이 이국에 가서 그럴듯하게 낭송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꾹 다문 입이  부드러워 진다. 
    석남사는 비구니 참선도량이다. 금남의 집이다. 하루 세 시간 수면으로 면벽 수행하는 부처의 딸, 맑은 공기와 정한 물, 깊은 산에서 나는 풀잎 먹으며 참선하는 여승의 눈은 빛이 난다. 날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때를 닦느라 빛이 나는 걸까. 하얀 얼굴, 맑은 모습들  난 갑자기 이 공간에 매료되고 있다.
    난 여태 무슨 생각으로 살았을까. 군살 같은 물건으로 인해 내가 쉴 곳이 점점 좁아지는 것도 모르고 부족함만 외치고 있다. 지금 등짐을 지고 있는 것도 무거운 데  더 얹으려 하다 보니 나의 얼굴은 어둡고 맑지 못하다. 몸도 많이 지쳐있다. 회색 옷 한 벌 달랑 걸어 놓은 방안을 보며, 그들을 볼 때마다 부끄러움이 끝없이 다가선다.
     
    이 공간에 주어진 시간동안이라도 짐을 벗기로 한다. 잡다한 인연 애써 끊는다. 인공적인 미인보다 좋은 생각, 선한 마음으로 자연적인 미인을 이곳에서 발견한다. 태어날 때의 무구한 모습, 그 모습에 난 너무 많은 때를 입혔다.
     인위를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無爲라 했던가. 박새, 산까치가 내려와 물을 먹는 모습도, 제 키에 맞게 자리 잡고 피어나는 야생화도 자연일 뿐이다. 무심히 흐르는 계류마다 복사꽃이 기암에 앉았다. 자연그대로 피고 지다 사라져 가는 공간이다.
     
    누구든 이곳에 오면 화엄이 피어나는 곳이다. 계류에 앉아 필요한 만큼 가질 줄 아는 무소유를 배운다. 산나물 고이 다듬어 신심으로 밥을 하는 행자 승, 그들이 만든 밥을 먹으며 검약의 정신을 쓸어 담는다. 나란히 걸려있는 칫솔을 보며 법명이 있는 칫솔보다 아직 계를 받지 않은 행자1, 2, 3이라는 글자에 유난히 눈이 간다.
     
    원주실의 맑고 고운 행자 승, 소녀는 무슨 인연으로 부처의 딸이 되었을까. 정해진 운명이라면 큰스님처럼 어서 한 도를 얻어 아둔한 중생에게 빛이 되길 빌어본다.
    석남사의 하루,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내방객을 위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이다. 왕의 불교에서 민의 불교사상을 과감히 도입한 도의국사와 선종, 탑과 부도가 무어라고 외쳐보지만 무위의 공간에 말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내가 한 말이 그들에게 전해지기 전에 알 수 없는 언표로 바꿔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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