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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한잔의_향기

    영화 " 컵" - 유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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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컵(티베트 승려들의 천진한 삶)

    우리에게 참으로 멀게 느껴지는 불교 중에 티베트 불교, 라마교가 있다.
    라마교하면 히말라야 산맥 만년설에 둘러싸인 티베트 고원 깊숙한 곳에 문명과 담을 쌓은 붉은 옷의 고승들이 노란 모자를 쓰고 긴 나팔을 불면서 거행하는 종교의식의 이미지가 우선 떠오른다. 부처님의 자비를 구하기 위해 수도 라싸를 향해 온몸을 던지는 오체투지를 하면서 가는 모습이나 고승이 죽으면 새가 쪼아 먹게 하는 조장(鳥葬)을 떠올릴 수 있다.

    <오래된 미래>란 책을 보면, 이들이 매우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현대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고 가난하게나마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통해 쓰레기를 전혀 만들지 않는 이상적인 환경보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비록 헐벗고 고생스럽지만 정신세계만은 현대인들의 평범한 생활감정으로는 범접하기 힘든 높은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려준다.

    그런데 티베트에 대한 이러한 통념은 사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프로나 영화로 한정된 것이다.
    오지탐험,신비의 세계 같은 여행 프로그램이나 <티베트에서의 7년> <리틀붓다> <쿤둔> 같은 서양 감독의 영화에 의해 지나치게 신비스럽게 채색된 잘못된 이미지일 뿐이다.
    서양 사람의 눈에 비친 티베트 스님들의 수도 과정은 종교적 신비주의로 왜곡됨으로써 본질은 사라지고 색채나 음악 등 껍데기만 남아 버렸다고 할 수 있다.

    티베트 라마 스님이 직접 만든 <컵>은 이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속적인 것을 비유하는 “축구”란, 스포츠에 열광하면서도 수도 생활이라는 엄격한 규율과 수련 생활을 통해 너무 추상적인 도(道)와 또한 세속적인 생활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젊은 수도승들의 단체 생활을 잔잔하게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티베트 승려들이 심오한 명상과 수도, 상상하기 힘든 궁핍한 생활을 하리라고 생각해온 사람들에게 적잖은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다. 그 자신이 스님인 감독은 전원이 불교사원 학생인 출현 스님을 통해 사원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함으로써 서양식 신비감을 걷어내고 진실을 보여준다. 얼핏 겉모습만 보면 다소 경쾌한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매력적인 구도자의 자세가 담겨 있다.

    요즘은 세속적인 현실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 도(道)를 닦고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 힘들어 보이지만, 이렇게 현실 속에서 부딪치고 깨달으며 찾아낸 진리야만이 정말 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컵(Cup) 은 히말라야 기슭의 티베트 불교사원에서, 월드컵 경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담을 넘어서라도 월드컵 경기를 보겠다는 어린 스님들과 물컵도 종이컵도 아닌 컵 을 차지하려 두 나라가 싸우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노스님간의 갈등과 화해를 코믹한 상황 설정으로 풀어 나간다.

    마지막 결승전을 보기 위해 다같이 돈을 모아 텔레비전을 빌리러 가기되고 그 과정에서 이번 일을 꾸미게 된 주도르는 친구의 소중한 목걸이를 잡혀 모자란 돈을 채운다. 결국 꿈에 그리던 결승전을 사원에서 볼 수 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친구의 목걸이를 찾아줘야 한다는 걱정이 앞서 마침내 자신의 보물 상자를 열고 어머니에게 받은 소중한 물건들을 되팔기로 결심한다. 어린 주도르가 아무런 이해타산 없이 선뜻 자신의 보물을 친하지도 않는 도반을 위해 내놓을 결심을 하는 바로 공생의 불교관과 연결된다.

    자신의 습과 착(着)을 버려야 화목하게 살아갈 수 있는 단체 생활 속에서 어린 주도르는 어느새 나와 남이 둘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에 고승이 전하는 한마디 모두가 하나가 되지 못하고 남을 탓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쾌하고 명쾌한 해답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