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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아제아제바라아제'- 유찬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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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이 영화는 비구니에게만 초점을 맞춘 작품이 아니라, 보편적인 불교 구도자의 입장을 서술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속의 두 인물인 순녀와 진성은 <만다라>에서 보았던 두 인물 지산과 법운의 대비된 모습과 비슷하다. <만다라>에서는 두 비구를 통해 설명한데 반해 여기에서는 비구니로 바뀐 점이 다르다.
     
      순녀와 진성은 불도를 이루기 위한 구도자의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데, 순녀는 세속에서 절로 옮기기를 두 번이나 반복하다가 마지막엔 다시 세속으로 나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반면 진성은 절에서 승복을 입은 채 잠시 세속을 접하긴 하지만 결국은 절로 귀착하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는 이 두 명의 인물을 대비시킴으로써 불교의 두 가지 자세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순녀는 한사람의 특이한 삶의 역정(歷程)을 보여주는 개인으로서의 모습보다는 복합된 여러 요소들의 결정체처럼 보인다.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와 역사의 어느 굴곡된 지점이며 중생의 삶 자체이다. 순녀가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 했었던 현종선생님은 80년의 광주항쟁을 통해서 살육을 연상시키며, 또한 절에서는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결국 그녀가 절에서 쫓겨나는 원인을 제공하여 빨치산을 둘러싼 가슴 아픈 분단 이데올로기의 상처를 보여준다.
     
    아버지의 친구이며 그녀를 불교로 인도했던 스님은 월남전과 연관된 아버지 세대의 아픔을 암시하고, 무의촌의 간호원 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어 살림을 차린 남자는 평범하고 힘없는 서민이며 소외된 우리 이웃을 상징한다. 반면 진성은 승려로서의 자세를 끝까지 견지하며 세상이 혼탁하면 할수록 더욱더 용맹 정진해야 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두 구도자들은 처음엔 반목하다가 나중엔 서로의 길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아제아제바라아제”는 반야심경에서 나온 구절로 수행자들이 득도의 경지로 오르기 위한 주문이다. 사찰에서 수행하거나 만행을 떠나는 진성의 정진과, 속세로 내려가 탄광촌에서 광부의 아내로 살아가거나 낙도에서 간호사로 살아가는 순녀의 행적은 제목이 내포하는 바대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의 과정으로 여겨진다. 세속의 온갖 괴로움을 몸으로 겪으면서 순녀가 그리워하는 것은 절이며, 절에서 구도자로서 항상 염두에 두었던 것은 고통 받는 중생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자성(自性)의 깨침과 중생제도라는 불교의 두 측면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영화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