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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한잔의_향기

    영화"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유찬스님

    페이지 정보

    본문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욕심 - 탐 ․ 진 ․ 치)

    천진한 동자승이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를 거쳐 장년기에 이르는 파란 많은 인생사가 신비로운 호수 위 암자의 아름다운 사계(四季)위에 그려진다.

    봄… 업 :장난에 빠진 아이, 살생의 업을 시작하다.

    만물이 생성하는 봄. 숲에서 잡은 개구리와 뱀, 물고기에게 돌을 매달아 괴롭히는 짓궂은 장난에 빠져 천진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노승은 잠든 아이의 등에 돌을 묶어 둔다. 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노승은 잘못을 되돌려 놓지 못하면 평생의 업이 될 것이라 말한다.

    여름…욕망 : 사랑에 눈뜬 소년, 집착을 알게 되다.

    아이가 자라 17세 소년이 되었을 때, 산사에 동갑내기 소녀가 요양하러 들어온다. 소년의 마음에 소녀를 향한 뜨거운 사랑이 차오르고, 노승도 그들의 사랑을 감지한다. 소녀가 떠난 후 더욱 깊어가는 사랑의 집착을 떨치지 못한 소년은 산사를 떠나고…

    가을…분노 : 살의를 품은 남자, 고통에 빠지다.

    절을 떠난 후 십여 년 만에 배신한 아내를 죽인 살인범이 되어 산사로 도피해 들어온 남자. 단풍만큼이나 붉게 타오르는 분노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불상 앞에서 자살을 시도하자 그를 모질게 매질하는 노승. 남자는 노승이 바닥에 써준 반야심경을 새기며 마음을 다스리고… 남자를 떠나보낸 고요한 산사에서 노승은 다비식을 치른다.

    겨울…비움(空) : 무의미를 느끼는 중년, 내면의 평화를 구하다.

    중년의 나이로 폐허가 된 산사로 돌아온 남자. 노승의 사리를 수습해 얼음 불상을 만들고, 겨울 산사에서 심신을 수련하여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나날을 보낸다. 절을 찾아온 이름 모를 여인이 어린 아이만을 남겨둔 채 떠나고… 그리고 봄… 새로운 인생의 사계가 시작되다.

    <봄>에는 구원은 있되 야생성은 허공으로 증발 되었으며, 쌍방향적인 교환은 사라지고 일방향의 가르침(깨달음)만이 있음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무엇인가를 저지르고,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다가, 큰스님의 가르침을 얻고 마음의 분출을 억누른다.

    <봄>의 침묵은 그러한 침묵을 거두어들인 절대적 침묵이다.
    이 절대적인 적요함은 적막한 암자에 내면적 깊이를 더하기 보다는 그것들을 허공 속에 증발시킨다. 물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속에 담론의 틀이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영화에는 감독이 바라보는 불교적 교리 속의 윤회사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미시적 담론, 즉 개인과 개인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미세하게나마 담아내고 있다.

    결국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부드러운 변화를 모색 했지만, 외관의 미약함으로 인해 진지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