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계율수행

4.계율수행의 실제

1)수계

계율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수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계율수행에 있어서 원칙적으로는 계를 받고 받지 않고 보다도 스스로의 행이 어떠하냐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계를 받아 지니겠다는 마음 속의 굳은 결의가 우선되어야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계를 받을 때 모든 악을 막고 모든 선을 실천하고자 하는 계의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깊이 받아 들임으써 이를 실천하게 되기 때문이다.
수계란 바로 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마음 속에 힘을 실어 준다. 따라서 처음 발심하였을 때 뿐만아니라 계율을 어겼거나 계심이 약해졌을 때는 다시 계를 받아 계체가 마음 속에 자리잡도록 하여야 한다. 수계할 때 계를 받는 사람의 마음에는 보리의 마음과 중생교화의 서원이 바르게 세워져 있어야 하고 계를 주는 사람은 또한 계를 몸과 마음으로 잘 수지하는 사람이여야 하며 계의 조문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절차는 부처님 앞에서 위의있게 치뤄져야 한다.

수계의 의미
불자여, 만약 일체 중생이 처음으로 삼보의 바다로 들어감에 믿음으로써 근본을 삼고, 부처님 가문에 머물러 사는 데 있어서는 계로써 근본을 삼느니라. 불자여, 처음 수행하는 보살은 혹은 믿음이 있는 남자나 혹은 믿음이 있는 여자 가운데 모든 근이 갖추어지지 않은 황문, 음남, 음녀, 노비, 변화의 사람이라도 계를 받게 해야 하나니 모두 마음이 있어서 진리의 길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니라. 처음으로 발심 출가하여 보살의 위 잇기를 원하는 이는 마땅히 먼저 정법계를 받을지니라. 계는 일체행의 공덕장의 근본이며, 바로 불과의 길을 행하는 일체행의 근본이니라.<보살영락본업경 대중수학품>

계를 받는다는 것은 삼보에 대한 믿음을 내었고 불법을 배우고자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범망경 보살계서에서는 이 계를 지니면 어두운 곳에서 불빛을 만난 듯하고,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듯하고, 병난 이가 쾌차함과 같고 갇혔던 죄수가 풀려남과 같고 멀리 집 떠난 이가 돌아온 듯하리라 하였으니 계가 얼마나 소중하고 기쁘고 환희로운 것인가? 계에 대하여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는 바로 삶을 이끌어 줄 바른 지표로써 믿고 받아들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그 판단은 다른 누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계를 받는 의미는 이것만이 나를 피안으로 인도하는 바른 길임을 확실히 알고 믿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두운 곳에서 빛을 만난 듯,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구명선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갑고 간절한 마음으로 받아 지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계를 오히려 두려워하고 멀리하니 안따까운 심정 금할 길이 없다.
밤길을 갈 때에는 등불에 의지하는 것과 같이 아직 지혜가 밝지 않은 초심자는 계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만일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하는 이는 누구나 계를 받을 수 있으며 받아야 한다. '나는 근기가 안됐어, 다음에 받지'하고 물러설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상락아정의 열반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길이라는 믿음이 있고 또 그 길에 함께 하고 싶다면 먼저 수계하고, 주의의 사람에게도 수계를 권해야 한다.

수계의 중요성
수계에 의해 방비지악의 힘이 생기고 수계를 바탕으로 계율 수행이 시작되고 계율 수행에 의해 범부에서 성인으로 삶이 전환될 수 있으므로 수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불자여, 만약 과거 미래 현재의 일체 중생 가운데 이 보살계를 받지 않는 이는 지각이 있는 이라고 하지 않으며 축생과 다를 바가 없으며 사람이라고도 하지 않으며 항상 삼보의 바다를 여의게 되나니 보살이 아니니라. 이름하여 축생이라고 하고 사견이라고 하고 외도라고 하나니 인정에 가깝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보살계는 受法은 있으나 捨法은 없느니라. 그러니 범하는 일이 있더라도 잃어버리지는 말지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받아야 하나니, 있으면서 범하는 것은 없으면서 범하지 않는 것보다 수승하나니, 범하는 일이 있어도 계를 받은 이는 보살이라고 이름하고 범하는 일이 없어도 계를 받지 않은 이는 외도라 하느니라. <보살영락본업경 대중수학품>

보살계를 받지 않으면 인간이라 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하면서까지 수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계를 받지 않으면 삼보의 바다를 여의게 되니 계를 받을 것이며 만일 범하는 일이 있더라도 계를 마음 속으로 버리지만 않으면 잃지 않는다 하였으니 계를 다 지키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받지 않는 어리석음을 짓지 말아야 할 것이다.

③받지 않는 어리석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를 받지 않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불자들이 있다. 그들은 계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받지 않겠다고 한다. 그러나 계는 결과보다는 동기, 즉 의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듯이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고 한 번도 지킬 마음을 내지 않는 쪽과 계를 어길 때 어기더라도 받는 순간만은 정말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어느 쪽이 부처님 제자다운 모습인가.

옛날에 한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몹시 목이 말랐으므로 물을 찾아 헤맨 끝에 큰 강물에 이르렀는데 멍청하니 물을 대하고 선 채 정작 마시려고는 안했다. 옆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그대는 목이 마르다 해서 물을 찾더니 이제 물 있는 곳에 왔는데도 안 마시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사람이 대답했다.
"그대가 이 물을 다 마실 수 있다면 나도 마시겠다. 이 물이 너무 많아 그대나 나나 다 마실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마시지 않는다."
그때 이 말을 들은 여러 사람들은 다 크게 비웃었다고 한다. 비유컨대 외도가 그 그릇된 이론을 편벽되게 취해 지닌 다음, 자기네로는 불계(佛戒)를 다 지켜 낼 힘이 없다는 이유로 그것 받기를 외면함으로써, 미래에 득도하리라는 결정이 없는 채 윤회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는 저 어리석은 사람이 물을 보고도 마시지 않아서 일시의 웃음거리가 된 것과 같다 할 것이다. <백유경>

우리 주변에 이와같은 어리석은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누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를 지켜야 한다고 했던가. 물이 갈증을 씻어주리라는 것을 안다면 그것을 마시면 그만이다. 누가 그에게 그 물을 다 마시지 않았다고 탓하겠는가. 아예 제멋대로 살겠다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주저 말고 계를 받아야 할 것이다.

④수계의 방법
수계의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자기 스스로 받는 것과 스승을 모시고 받는 경우가 있다. 스스로 받는 계를 자서수계라 하는데 부처님 앞에서 자기 스스로 목욕제계하여 청정한 몸으로 참회하고 맹세하여 받는 것을 말한다. 스승으로부터 받는 경우 계의 종류에 따라 별수계와 통수계가 있다. 별수계는 5계나, 사미10계, 구족계 등 재가, 사미, 비구 등의 처지에 따라 정해진 계를 받는 것이고, 통수계란 재가나 출가가 같이 통해서 받는 계라는 뜻으로 보살계와 삼취정계가 여기에 해당한다. <보살영락본업경 대중수학품>에서는 계를 받는 방법을 세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각각의 받는 방법을 간략하게 설하고 있다.

불자여, 계를 받는 것(受戒)에 세가지가 있나니, 첫째 모든 불보살이 현재 하시는 앞에서 받으면 진실상품의 계를 얻으며, 둘째는 모든 불보살이 멸도한 후 천리 안에 먼저 계를 받은 보살이 있으면 법사로 삼아 계를 받으면 정법계를 얻나니 중품의 계이니라. 셋째는 부처님 멸도후 천리안에 법사가 없을 때에는 마땅히 불보살의 형상 앞에서 두 무릎을 땅에 대고 두 다리를 세워 합장하며 스스로 서원하여 계를 받을지니 이것이 하품의 계이니라.

수계의 순서는 대략 예경, 사귀의(불.법.승.계), 참회(삼업청정), 수계 순이다. 이 외에도 수계작법의 구체적인 예는 유가사지론, 우바새계경 등에 있다. 이들 경전을 통해 살펴보면 수계를 받기 전에는 먼저 삼귀의와 발보리심이 우선되어야 하고,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참회와 앞으로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서원이 있어야 한다.
<우바새계경 수계품>에서는 먼저 선생이 우바새계를 받고자 하는 재가보살은 어떻게 계를 받을 수 있는지를 묻자 부처님께서 먼저 육방에 공양할 것을 설하는데 육방이란 부모, 스승, 처자, 선지식, 노비, 사문.바라문이다. 여기서는 인간관계 속에서 서로 서로의 역할에 대한 말씀으로 재가자들이 먼저 세속에서의 생활을 잘 해야함을 말한다. 이는 아함경의 <선생경> 또는 <육방예경>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또 삼보에 귀의할 수 있겠는지, 모든 중생에게 무포외를 베풀겠는지를 물은 연후에 그러겠다고 하면 5계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과보를 설한다. 그리고 나서 이 사람으로 하여금 만 6개월 동안 출가한 지자를 받들어 섬기게 하고, 지자는 또 지극한 마음으로 그의 몸의 4위의(앉고 눕고 서고 움직이는 모습으로 일상의 모든 행동을 의미함)를 살펴 만약 이 사람이 능히 가르치는 대로 하는 것을 알았거든 6개월이 지나서 여러 승려와 화합하여 만 20인으로 백갈마를 짓는다.
이와같이 재가자라 할지라도 수계의 과정이 엄격함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수계의식 가운데 삼귀의와 참회 등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그러한 서원을 분명히 세웠는지, 참회는 깊이 했는지, 계를 받을 자세가 되어있는지 등 수계의 자격을 묻는 절차는 생략되어 있다. 현재 수계 전에 교육과정을 두고 이것을 마치고 나면 수계의식을 갖는 사찰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수계는 스스로 계를 받겠다는 의지가 있고 그 사람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자타가 인정할 때 받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⑤수계의 공덕
계를 바르게 받음으로 참회하는 마음을 내게 되고 받은 바 시라를 잘 막아 보호하며 계를 잘 막아 보호함으로 모든 나쁜 것을 여의게 된다고 하였으니 계를 바르게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수계를 계생(戒生) 또는 계력(戒力)이라 한다. 계생이란 계를 생한다는 말로 계를 받음으로 말미암아 계율수행이 시작됨을 의미하고, 계력이란 계를 받음으로써 계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불설계소재경>에는 계의 수지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남자가 삼자귀와 오계와 십선을 받아 일심으로 정진하여 감히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부처님이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는 부처님을 뵈러 가는데 역말을 지나게 되었다. 마침 해가 저물었으므로 하룻밤 머물고자 하였다. 거기에 한 여인이 단정하게 있었는데 그 여인은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의 부인이었다. 여인은 머물지 말라고 하였으나 남자는 삼자귀와 5계 십선을 받고 해태하지 않았으므로 두려워하지 않고 머물렀다. 사람을 잡아 먹는 귀신은 계의 위엄을 호위하는 신이 그 곁에 있는 것을 보고는 사십리 떨어진 곳에서 묵고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날 남자가 길을 가는데 해골이 널려 있는 것을 보고는 털이 곤두서고 마음이 두려워 후회하며 물러나 생각했다. '내가 본국에 있는 집에 있으면 의식이 매우 쾌적하고 풍부했을텐데 공연히 부처님이 사위국에 계시다는 말에 감회되어, 아직 기묘한 것은 보지도 못했는데 도리어 해골이 널려 있는 것을 보았으니,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저 여인을 본토로 데리고 돌아가 함께 살면 어떨까, 또한 즐겁지 않을까?
그리고는 즉시 길을 돌려 다시 역말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마음이 다시 미혹되어 음욕이 생기고 부처님의 삼자귀의 덕과 오계 십선의 마음을 다시 믿지 않으니 천신이 곧 가버리고 다시는 보호하지 않았다. 귀신이 돌아오자 여인은 남자를 항아리 안에 숨겨 주었다. 귀신이 사람의 냄새를 맡고 아내에게 고기를 달라고 했다. 여인은 어젯밤에 왜 오지 않았냐고 묻자, 귀신은 부처님의 제자가 있어 천신이 나를 쫓아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인은 부처님 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귀신은 내가 감히 말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여인이 계를 설하여 주면 고기를 주겠다고 하며 재촉하자, 먹고 싶은 욕망을 그칠 수 없어 삼자귀와 오중계를 설했다. 귀신이 처음 하나의 계를 설할 때 아내가 문득 받았으니, 다섯가지 계를 마음에 간직하고 입으로 외웠다. 남자도 항아리 안에서 따라서 받았다. 하늘의 제석이 이 두 사람이 마음으로 스스로 부처님께 귀의한 것을 알고, 곧 선신 50명을 뽑아 두 사람을 옹호하니 귀신이 마침내 달아나 버렸다.

계를 받아 지니면 선신이 지켜준다는 이야기로 수계의 공덕을 일깨워준다. 선신이 와서 귀신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는 실제로 계를 받는 즉시 우리 마음 속에 악을 물리치는 힘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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