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장 간경수행

4.주의사항

2)일반적인 독서의 원칙

그동안은 경을 대할 때의 사항에 대해서만 말씀드렸지만 경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독서에 대한 원칙을 갖는 것도 간경행자에게 꼭 필요한 사항이 아닐까 생각되어 조선 후기 유학자가 쓴 {산림경제}를 인용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유학자들은 유교경전을 늘 읽고 그 가르침대로 생활하고자 애씀으로서 성현(聖賢)의 위에 오르고자 하였으니 이는 불교의 간경수행과 매우 유사한 수행법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서는 독서에 따르는 사항을 매우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①글 읽는 방법
글을 읽을 때는 반드시 단정한 자세로 손을 마주잡고 무릎을 꿇고 앉아 책을 대하여 마음과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몸으로 실천할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은 글대로이고 나는 나대로가 되어 무슨 도움이 있을 것인가.
공부한 사람이 너무 많이만 보려 들면 익숙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알려고 하면 정밀하지 못하여 빨리 하려는 것이 도리어 더디게 되는데 그게 바로 공부하는 사람의 큰 병통인 것이다. 그러므로 하루 분량을 적게 하여 익히 읽고 정하게 생각하면 오랜 후에는 자연히 바른 이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글을 읽을 때에는 부지런히 익히 읽고 또 부지런히 이치를 탐구해야만 이치가 마음 속에 젖어들어 막혀서 통하기 어려운 폐단이 없는 것이다. 한 책을 읽을 때는 다른 책은 치워두고 다 알고 나서 마음을 바꾼 다음 다른 책을 보기 시작해야 한다. 만약 그 책을 숙독하기 전에 또 다른 책을 읽으면 여러 가지를 보았다는 소득은 있을지 모르지만 학문이 정밀하지 못하니 공부하는 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인 것이다.

②글 읽는 규칙을 따르는 법
이단 등 바르지 못한 잡동사니 서적들은 잠시라도 열람해서는 안되고, 속되고 음란한 사곡이거나 그 밖의 수호지, 금병매 따위는 사람의 마음을 동요시킬 뿐만 아니라 풍속까지 해칠 염려가 있으므로 애당초 눈에 대지 말고 보면 본 대로 없애버려야 한다.
글을 읽는 사람이면 우선 병통을 예방하는 방법부터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데 되도록 낮은 목소리로 많이 읽을 것이고 소리를 높여 괴로울 정도로 읽어서는 안된다. 기운이 손상될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면 오래 견디지 못한다. 책 읽는 방법은 너무 느릿하여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서둘러도 안 된다.
독서는 모름지기 오경(새멱 4시부터 6시까지)쯤 청신할 때 해야 하는데, 그 효과가 진시나 사시보다 몇 배나 유익하다. 등불 아래서 독서하는 것이 정진의 효과는 크지만 세 시간 남짓 읽고는 그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읽고 나면 정신이 소모되어 다음날 피로를 더 느끼게 된다. 오경에 자리에서 일어나 글을 읽고 먼동이 틀 무렵 잠시 눈을 붙였다가 해가 뜰 즈음하여 다시 일어나 세수와 양치질을 하고 글을 읽으면 정신이 더욱 맑아진다.
독서를 많이 하여 피곤을 느낄 때면 책을 놓고 천천히 거닐면서 얼마 동안 산책을 함으로써 정신과 심목을 길러야 기민성이 있게 된다. 만약 멍청하게 괴로운 공부를 계속하면 총명한 천성을 잃을 뿐 아니라 몸이 약한 사람은 질병이 생기게 된다. 책을 읽다가 몸이 나른해질 때는 두 어깨를 힘을 써가며 앞 뒤 또는 위아래로 몇십 번 움직이면 전신에 피가 돌고 정신도 상쾌하여 모든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수양가들이 말하는 녹로쌍관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배불리 먹은 후에는 어느 정도 소화가 된 다음에 책 읽기를 시작해야지 그렇게 하지 않아서 체증이 한번 발생하게 되면 그때는 책 읽기를 폐지해야 할 뿐 아니라 더러는 고질병이 되기도 한다.

이상 유학자가 밝힌 독서에 관한 규칙을 옯겨 보았다. 긴경행자에게도 동움이 되리라 생각되며,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책을 신중하게 선택하라는 것이다. 옛날에는 수호지 정도를 경계했다지만 오늘날에는 눈만 뜨면 접하게 되는 음란물과 혼잡스런 매체의 홍수 속에서 정신차려서 가리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일과 들뜸과 회환 등이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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