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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한담

    산사(山寺)의 새벽 ~~글쓴이 : 보산 정용장 등록일 : 2009.09.01 <18:20>

    페이지 정보

    본문

    산사山寺의 새벽

     -詩 : 보산  정용장
     
    미명未明조차 잠든
    산사의 새벽 3시
    도량석 道場釋으로 또 하루를 시작,
     
    칠흑같은 어둠을 헤치고 도량경을 염송하며
    번뇌를 가르는 스님의 청아한 목탁 음이
    강원 講院 스님과 사바 불자들 곤한 잠을 깨운다.
     
    자신의 배를 갈라
    탐욕과 아집을 모두 비운 채 
    목어 木魚가 된 어족 한 마리가 
    계곡과 강, 심해의 고기들을 깨워
    정각계 正覺界에 들라 한다
     
    종각을 지키던 범종 梵鐘도
    이승의 산중, 사바 중생에게
    법열 法悅의 기쁨을 얻으라고 사자후를 외친다.
     
    가죽을 남겨 법고法鼓가 된 우마 牛馬들
    스님의 북채에 살신의 의미를 담아
    삼라만상의 뭇 짐승들에게 깨닳음을 알린다 
     
    강원 앞마루에서 청아한 운판 雲版이 
    새벽예불 시작을 알리자 

    대웅전 처마끝에서 밤새워 울던 풍경도 

    졸음을 참으며 화답한다 
     
    미망 迷妄의 등촉을 밝힌 법당은
    부전 副殿 스님의 염송에 따라
    법향 法香이 법복 끝자락을 감돌며
    산사는 새벽예불의 천수경 삼매에 든다
     
    청정도량 선방 앞 댓돌에 놓인
    참선 선방 스님들의 
    하얀, 검정 고무신 바닥에도,
     
    사시 맞이 예불을 올리고
    산채 소찬공양의 진미를 음미하며 
    산문 밖 일주문을 나서는 보살님들
    신발에 묻은 산사 흙 먼지에도
    법성계의 기쁨이 가득하구나. 
     
    땅에서 나와 범종과 운판이 된 쇠붙이
    배를 가르고 비워 목탁과 목어가 된 나무
    육신을 공양하고 가죽마저 법고가 된 소와 말
    모두가 제 몸을 살라 불성을 외치는데,
     
    욕심의 경계를 넘지 못해 제 몸 사리며
    신성한 종교의 힘을 빌려
    기복 祈福만을 소망하는 사바 대중이여!
    가당찮은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정각의 진공묘유는 한 점 티끌로 흩어져
    내 마음자리 부처는 어디에서 찾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