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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덕사와 일엽(一葉) 스님 ~~글쓴이 : 보산 정용장 등록일 : 2009.09.06 <16:29>

    페이지 정보

    본문

    수덕사와 일엽(一葉) 스님


    수덕사에는
    일엽(一葉)이란 이름의 여승이 공부하고 있었다.
     
    일엽과 나란히 법당에 정좌하고 있던
    만공 스님이 불상을 쳐다보면서 뜬금없이 말했다.

    “부처님의 젖통이 저렇게 크시니
    올 겨울 수좌들 양식 걱정은 없겠구나.”

    그러자 듣고 있던 일엽이 무심코 입을 열어 물었다.

    “무슨 복으로 부처님의 젖을 얻어 먹을 수 있겠습니까?”

    “도대체 이 무슨 소리인가.”

    일엽의 물음에 만공은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일엽도 물러서지 않았다.

    "복업(福業)을 짓지 않고 어떻게
    부처님의 젖을 얻어 먹을 수 있겠습니까?”

    만공은 무릎을 치면서 한탄하며 말했다.

    “네가 부처님을 건드리기만 하면서
    젖은 얻어 먹지도 못하는구나.”

    어찌 보면 육담(肉談)과도 같은 말을 통해
    만공은 부처님의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부처님 젖은
    부처가 설법한 불법의 진리를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불법을 배우겠다고
    머리깎고 승려가 된 수도자가
    부처 앞에서 절이나 올리고 합장하여 향이나 사를 뿐,

    달려 들어 부처의 젖통에 안겨
    젖을 빨아 먹지도 못하는
    어리석음을 이렇게 꾸짖었던 것이다.

    옳다는 믿음이 생겼으면
    구하고 달려 들어 찾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불유각(佛乳閣)

    "부처님 젖이 나오는 정자"라는 뜻이니
    그 물을 먹는 사람 모두 부처님의 젖을 먹는 것이오,
    부처가 설법한 불법의 진리를 먹은 것이니,
    자신의 마음 이외에 다른 곳에서
    부처를 찾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일엽은 누구인가.

    김일엽(金一葉),
    본명은 원주(元周)로 평안남도 용강에서 태어나
    진남포의 삼숭여학교와 이화학당에서 공부했으며
    일본 닛산학교로 유학한 신세대 재원.

    24세 때
    "신여자(新女子)"란 잡지를 창간해
    여성 해방을 부르짖은
    당대의 페미니스트였던 사람이다.

    자유연애를 구가하였지만
    결혼에 실패한 뒤
    자유연애에 환멸을 느껴
    수덕사에 휴양하러 왔다가
    만공 스님을 만나서 출가하게 되고...

     
    일엽은 
    만공이 그 당시 세운 비구니 수도도량인
    견성암에서 여승으로 생애를 마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