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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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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일기

    [교무스님] 박꽃피는 저녁[200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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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예불을 마치고도 밝다.
    해가 점점 길어진 것이다.
    봄에는 예불이 끝나면 외등을 밝혀야 했는데, 지금은 8시까지도 괜찮다.
    예불을 마치고 가사를 접어들고 슬슬 걷다보니 사무실 뒤 박꽃이 눈 부시게희다.
    박꽃은 달빛아래 가장 아름답다 했던가?
    저 눈 부신 백색에 달빛이 쏟아 진다면 정말 아름다우리라.
    사무실 뒷마루에 그늘을 드리울양으로 조롱박과 수세미를 심었는데 ,
    잎이나고 키가크는 것을지켜보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즐거움 마져 주니 ,일거 몇득이 된다.
    지금 이렇듯 하얀꽃이 내일 아침에 보면 벌써 빛이 바래간다.
    너무 여린 것은 상처 입기도 쉬운가 보다.
     어느 스님이 연못에 가득한 연꽃을 보고 즐거워하며 향기를 맡다가 연못에 거하던
     신선에게 〈향기를 훔치는 자〉라고 질책을 받는다.
     스님이 말하길‘ 저렇게 많은 사람이 연꽃의 향기를 맡거늘 왜 유독 나만을 꾸짖는가?’
     신선이 말하기를‘ 검은천에 물감이 엎질러 지면 잘 보이지않지만,흰 천에는 확연히
     드러나는 법이다. 수행자는 모든 욕락으로부터 깨끗한 흰천과 같다.
    그래서 조그만 허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조그만 허물도 크게 드러나는 수행자 이얼마나 조심스러운 자리 인가!
    신도들의 공경예배와시주 공양이 어찌 가벼울 수 있으랴!
    지금 나는 누군가의 질책이 있을 망정 박꽃이 피는 저녁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