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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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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중일기

    [교무스님] 도량에 잠자리가 가득하다[2000. 0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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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숲에 들어갔을 때 놀라 도망가는 새들! 풀벌레들 마주치면 빠르게 뛰어가는 개구리, 두꺼비!!
    도량에 잠자리가 가득하다.
    탑에도 모자이크 한것처럼 붙어있고, 해질녁 하늘에 가득 떠 다니는 모습은 만화속 곤충군단이 반란을 일으켜 쳐들어 오고 있는 것같다.
    손가락을 높게 치켜들고 있으니,
    검지 손가락위에 잠자리 한 마리가 내려앉는다.
    한참동안 떠날줄 모르는 잠자리를 보며,‘어리석지만, 날 기쁘게 하는 구나.’ 생각한다.
    내가 그들을 헤칠 뜻이 없는데도 도망을 간다.
    인간이 얼마나 살기등등하면 움직이는 무기이면 그럴까?
    지금 내 의지는 죽일맘이 전혀 없다지만,
    무시겁래로 죽이고 때리고 싸워 승부하던 살기가 축적되어 다른중생들이 위협을 느껴 우리를 피한다.
    옛도인 스님들게 온산의 짐승들이 친구가되어 노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스님의 수행을 엿볼수 있는 일이다.
    나도 그렇게 되어야겠다.
    자비가 온몸에 흘러 한줄기 살기도 없어져서 뭇 중생이 그냥 나무를 보듯 여기게 그렇게 되어야겠다.
    그렇게 자연같은 인간이 되고싶다.
    잠자리는 높은 곳에 앉기를 좋아한다.
    지금 내손에 앉은 잠자리는 인간의 손가락을 알아보지 못한 어리석음에 내려앉았지만,
    도망가지않는 잠자리에게서 조그만 위안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