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스님의 어제와 오늘-현황
페이지 정보
본문
불교신문 2003-03-08
부처님법 차별 속 ‘위상찾기’ 결실
종단사상 최초로 비구니 스님이 총무원 부장직에 임명되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법무부 장관에 여성이 임명되고 새정부 들어 내각과 청와대에 여성들이 대거 참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조계종의 비구니 스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구니 스님의 총무원 부장 임명에 맞춰 비구니스님의 인원 조직 활동 등의 현황과 선맥 인물 등의 역사 그리고 풀어야할 과제 등으로 나눠 살펴본다.
전체스님중 비율 절반차지 불구
전문교육기관-거주사찰 태부족
비구니라는 말은 팔리어(語) 비쿠니(bhikkuni)를 음역한 것으로, 걸사녀(乞士女)라고도 한다. 여성이 출가하면 사미니(沙彌尼) 생활을 거쳐 시험기간인 식차마나(式叉摩那)로 있다가 평생 출가·수행할 수 있을 것이 인정되면 348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이구족계를 받으면 비구니가 된다. 현재 동남아시아 일대의 불교에서는 비구니 교단이 소멸했지만 대승불교를 신봉하는 한국·타이완 등은 다르다. 그중 한국의 비구니 스님이 수적으로도 가장 많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구족계를 수지한 정식 스님인 조계종의 비구니는 4400여명, 구족계 수지 이전의 예비승려에 해당하는 사미니는 1200여명으로 모두 5600여명이다. 비구니 스님과 비구스님의 숫자는 비슷하고 사미니는 사미보다 300여명이 많다.
비구니 스님이 되는 과정은 모두 똑같다.
입산 출가한 사찰에서 6개월가량의 행자과정을 거친 뒤 종단의 행자교육원에 입방, 3주간의 교육을 거친 뒤 사미니계를 받는다. 사미니계를 받고 나면 강원에 입방한다. 현재 종단의 인가를 받은 사미니 승가대학은 동학사 봉녕사 운문사 청암사 삼선승가대학 등 모두 5곳. 삼선승가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통사찰이다. 이외 기초선원 등지에서 수행하는 사미니가 60여명에 이른다. 강원 3학년인 사집반이 되면 식차마나니계를 받고 졸업 후 비구니계를 받는다. 스님이 되는 과정에서 비구스님과 이 점이 유일하게 다르다.
종단 교육체계상 기초교육기관에 해당하는 이 시기가 사미와 사미니간에 내용과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많다.
94년 종단 개혁 후 교육체계 개선으로 많이 개선되었지만 사미 교육과정은 선택할 강원도 많고 좀 더 자유로운 반면
사미니 교육과정은 엄격하다. 아직도 특정 강원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하는 사미니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입방부터 쉽지 않다. 1984년 전국비구니 강원 교직자회의에서 마련한 교과과정에 따라 철저한 교육을 받는다. 사미 강원이 적은 곳은 10명 안팎인 곳도 있지만 삼선승가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00여명에 달해 출가 초기부터 대중생활을 철저히 몸에
익히게 된다. 규칙도 엄하게 적용, 세 번이상 어기면 3박4일간 채공소임이나 공양주를 살게 하고 외출 외박 금지규정도 철저하다. 입산 초기 6년여 간의 엄격한 수행과 교육은 비구니 스님들이 평생 수행생활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비구니 사찰’을 대표하는 곳은 전통강원이 있는 동학사 운문사 청암사 봉녕사와 수덕사 견성암, 종립 비구니선원
울산 석남사, 양산 내원사, 울진 불영사, 부산 대성암, 완주 위봉사, 산청 대원사 등 30여 곳의 선원이 꼽힌다.
조계종에 등록된 2700여 사찰중에서 비구니 사찰은 500여 곳이다. 선원에서 한철 방부들이는 비구니 스님은 30여
선원에서 800여명 가량. 40여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스님 수와 거의 비슷하다.
비구니 스님들은 강원을 마치고 나면 갈 곳이 마땅찮다. 대부분의 유명사찰은 비구스님들이 주지로 있는데다 비구스님들에 비해 경제적 사정이 나빠 학업을 계속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스님들은 선방으로 찾아든다. 하지만 이같은 ‘악조건’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비구스님들이 챙기지 않는 읍 면 단위의 작은 사찰의 주지는 대부분 비구니스님들이다. 농촌포교의 보루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활성화된 복지불사나 어린이 청소년 포교도 대부분 비구니 스님들의 손에 의해 성장해왔다.
농촌포교-복지불사 견인역할
전국비구니회관 건립 총본산化
비구니 부장스님이 등장했지만 아직 종헌 종법상에서는 차별이 적지 않다. 우선 종단의 대표자인 총무원장을 비롯 원장직에는 취임할 수 없다. 원로의원 스님들도 비구로만 구성된다.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원도 비구스님들만의 직접 선거로 ‘비구’를 뽑고 비구니 스님은 직능직 형태로 10명이 배당된다. 이 숫자는 94년 개혁이후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비구니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인단에는 들어갈 수 있다.
이번 제31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는 중앙종회의원을 제외하고 월정사 봉선사 쌍계사 동화사에서 각각 한 명씩 4명이 들어갔다. 교구본사 선거인단 수만 14명에 달했던 지난 30대 선거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숫자다. 원칙없이 주지스님의 결정에 따르기 때문에 恝?변동이 심한 것이다. 비구니 스님들만의 교구본사도 없다.
기독교 등 다른 종교와 비교할 때 제도적으로는 비구니 스님의 위상은 높지만 인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전국비구니회가 전국의 비구니 스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비구니의 위상이 낮다는 응답이 65.2%인 반면, 높다는 응답은 불과 6.7%에 불과했다. 그 원인으로 55.6%가 잘못된 인식으로 꼽았다. ‘백세 비구니라도 갓 출가한 비구에게는 절을 해야한다’는 비구니 팔경계법(八警戒法)이 지금도 남아있는 탓이다.
비구니 스님들은 지난해 전국비구니회의 본산격인 회관을 건립했다. 비구니 스님들의 단일 모임인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우스님)가 모금해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즈음 완공한 전국비구니회관은 비구니스님들의 총본산. 서울 서초구 수서동에
자리 잡은 전국비구니회관은 지상3층 지하2층 연면적 2500여평 규모의 현대식 건물. 1980년 ‘비구니들의 1평사기’운동을 펼친 지 22년 만의 일이다. 전국비구니회의 전신인 우담바라회가 1968년 1월 결성된 이래 마땅히 갈 공간 한 평
없어 조계사 구석 3~4평짜리 가건물에서 곁방살이하던 시절과는 회관 건립 후 위상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그만큼 비구니회관 건립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94년 재범스님이 종단 사상 최초로 총무원 국장 소임에 임명된 이래 포교원과 교육원 연구실의 당연직 소임, 지난해 회관 건립과 올해 부장임명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문화부장 탁연스님의 말대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비구니 스님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