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석남사
로그인 회원가입
  • 지대방
  • 차한잔의_향기
  • 지대방

    차한잔의_향기

    영화 - "서편제(수행)"- 유찬스님

    페이지 정보

    본문

    ◆ 서편제(수행)

    수행은 자기와의 싸움이자 자기를 찾아 나서는 길이다.
    주인공은 득음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 눈도 멀어야 했고, 가난에 굶주리며 떠돌이 생활을 하여도 참고 견디어 내야 할 만큼 고통과 한을 안고 평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단 한마디의 불평이나 자신의 처지에 대한 신세한탄 한마디 하지 않고 지독하리만큼 판소리에 대한 열정으로 딸을 혹사 시키는 아버지에 대한 이해심만을 안고 묵묵히 길고 험난한 수행의 길을 걸어간다.

    영화는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점차 판소리가 구식의 유물처럼 아무도 그 진가를 알아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판소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하나로 지독한 시련을 겪어가며 명창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영화 전체에서 보여준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 멋진 우리나라 풍경과 함께 길을 걸으며 흥에 겨운 판소리가 울리고 세 명의 주인공들의 모습과 함께 관객은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기도 하고 또한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처럼 굽이치는 가락에 맞춰 삶의 애환을 풀어 놓으며 눈물을 글썽이게도 한다.

    삶은 이렇듯 먼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며 즐거움보단 어려움을 더 많이 겪으며 살아가지만, 한줄기 물이 험난한 계곡과 강을 지나 결국 바다로 흘러 하나가 되듯 역경은 자기를 찾아나서는 수행의 일부이자 그 깊이를 더해주는 필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애환의 한을 비로소 뛰어 넘었을 때 진정한 깨달음의 빛을 만날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은 너무나 한이 많은 여인 이었지만, 그것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자신의 소리에 담아 풀어냄으로써 그 한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이 맺힌 소리란 결국 깊은 내면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소리로 진정한 자신과의 하나 된 깊은 경지의 소리이다. 인간이 이렇게 죽고 싶을 만큼 고되고 힘든 어려움을 겪고도 영화 속 송화처럼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그 한계를 여여히 벗어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영화 마지막 장면에 울려 퍼지던 송화의 노랫소리는 한 여인의 기교 섞인 소리가 아닌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완성된 인간의 소리였던 것이다. 결국 수행은 힘든 것들을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이 닥쳐도 왜 그런 어려움이 생겨났는가에 대한 본질을 생각함으로써 이해하고 인생의 과정임을 알아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다음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와 믿음으로 걸어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